바나나 먹으면 가스가 차는 이유, 바나나가 안 맞는 걸까요?
바나나는 비교적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아침 식사 대신 먹거나 운동 전후 간식으로 드시는 분도 많지요.
그런데 의외로 진료실에서는
“바나나만 먹으면 배에 가스가 차요.”
“바나나를 먹고 나면 배가 빵빵해지고 방귀가 많아져요.”
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바나나인데 왜 이런 반응이 생기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바나나가 모든 사람에게 가스를 많이 만드는 음식인 것은 아닙니다. 바나나의 익은 정도와 섭취량, 함께 먹은 음식, 그리고 장이 얼마나 민감한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바나나를 먹고 가스가 생길 수 있는 이유
우리가 먹은 탄수화물이 모두 소장에서 완전히 흡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탄수화물은 소장에서 충분히 소화·흡수되지 않은 채 대장으로 내려가고, 장내 세균이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가스가 만들어집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소화 과정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바나나를 먹고 방귀가 조금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어떤 사람은 별다른 불편이 없는 반면, 어떤 사람은 복부팽만이나 통증을 상당히 심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잘 익은 바나나일수록 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바나나는 익어가면서 맛뿐 아니라 탄수화물의 구성도 달라집니다.
호주의 Monash University가 일반 바나나를 다시 분석한 결과에서는 단단한 바나나는 oligo-fructan 함량이 낮았던 반면, 잘 익은 바나나에서는 그 함량이 높게 측정되었습니다. Fructan은 FODMAP에 속하는 발효성 탄수화물 중 하나입니다.
FODMAP은 소장에서 충분히 흡수되지 않고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가스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과민성장증후군처럼 장이 민감한 경우에는 이러한 변화가 복부팽만이나 복통으로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유난히 푹 익어 갈색 반점이 많은 바나나를 먹었을 때 배가 더 부풀어 오른다면 익은 정도에 따른 차이를 한번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덜 익은 바나나는 무조건 괜찮을까요?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도 없습니다.
덜 익은 바나나에는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이 비교적 많이 들어 있습니다.
저항성 전분은 소장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대장으로 내려가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됩니다. 그래서 이것만 보면 “덜 익은 바나나도 가스를 많이 만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항성 전분은 FODMAP과 비교하면 비교적 천천히 발효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덜 익은 바나나가 모든 사람에게 더 심한 복부팽만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익은 바나나가 좋다, 덜 익은 바나나가 좋다’는 공식보다 내 장이 어느 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 번에 먹는 양도 중요합니다
음식은 종류뿐 아니라 양에 따라서도 반응이 달라집니다.
바나나 반 개를 먹을 때는 괜찮지만 한두 개를 한꺼번에 먹으면 배가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또 바나나만 따로 먹은 것이 아니라 우유나 요구르트, 빵, 다른 과일 등과 함께 먹었다면 실제로는 바나나 하나만이 복부팽만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 음식이 의심된다면 무조건 끊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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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를 먹은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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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익은 바나나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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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과 함께 먹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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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가스나 복부팽만이 얼마나 생겼는지
정도를 간단히 기록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가스가 반복되는 경우에도 음식과 증상을 함께 기록해 원인을 살펴보는 방법이 권고됩니다.
바나나 하나하나를 피하기 시작했다면
여기서 더 중요하게 살펴볼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바나나가 불편해서 피했는데 어느 순간
“고구마도 안 맞고, 우유도 안 맞고, 밀가루도 안 맞고, 과일도 먹으면 배가 부풀어요.”
처럼 피해야 할 음식이 계속 늘어나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각각의 음식이 모두 나빠서라기보다 장이 가스와 팽창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이나 기능성 복부팽만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서는 실제 가스의 양뿐 아니라 장내 가스의 이동이나 장의 감각 민감성 때문에 팽만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음식 하나를 찾아내어 계속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바나나 먹고 배가 불편하다면 이렇게 확인해보세요
우선 바나나를 완전히 끊기보다는 양을 조금 줄여보십시오.
그리고 잘 익은 바나나와 비교적 단단한 바나나를 서로 다른 날 먹어보면서 차이가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별다른 불편이 없다면 단지 ‘가스를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바나나를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Monash University 역시 잘 익은 바나나를 문제없이 먹고 있다면 굳이 식단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바나나뿐 아니라 여러 음식을 먹을 때마다 복부팽만, 잦은 방귀, 복통, 설사나 변비가 반복된다면 ‘어떤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할까’만 찾기보다 현재 위장관이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은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미 민감해진 위장 상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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